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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개발

독자와의 만남

by 지혜의 항구 2023. 3. 15.

작가

조금 늦게 카페를 찾은 손님들

오후 4시 10분쯤 여성 두 분이 카페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대략 이 정도 시간이면  손님들에게 5시에 가게 문을 닫는다고 공지를 합니다. 왜냐하면 4시 이후에 카페를 찾는 손님들은 오랫동안 카페에 머무르려고 오는 손님이 많기 때문입니다. "손님 저희 카페는 오후 5시에 문을 닫아요, 괜찮겠습니까?" 난 두 분의 얼굴에서 '이건 뭐지'하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조금 당황하던 얼굴표정이 서로 두 눈을 마주친 후에는 "그럼 5시까지 있다 갈게요"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여느 손님들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난 주문한 핸드드립 커피를 들고 테이블에 서비스를 해주었습니다. 나의 서비스에 특별한 반응 없이 두 분은 속삭이듯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평상시 경험하는 손님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오히려 내가 내린 커피에 손님들이 어떤 반응을 할까, 티 안 나게 무관심한 척 지켜보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분의 손님 중 한 분이 커피가 맛있다고 칭찬 멘트를 보내 주었습니다. 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커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아는 체를 했습니다. 그런데  나의 열정과는 달리 손님들의 표정이 시큰둥했다. 난 꼬리를 내리고 손님들의 칭찬에 만족해했습니다.

 

독자와의 뜻밖의 만남

그런데 갑자기 "저기요 도서관에서 사장님이 쓴 책을 읽었어요"라고 했습니다. 난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이해를 하지 못했습니다. 사연인즉,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내가 쓴 책을 읽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책에 나오는 카페가 바로 자신이 사는 동네에 있어 오늘 방문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책을 사서 읽어야 하는데 도서관에 있는 것을 읽어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난 무슨 말이냐고 읽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오히려 격려했습니다. 그 뒤로 독자와의 뜻밖의 만남으로 우린 한참이나 책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이런 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어느덧 5시가 되었습니다. 손님들은 눈치 빠르게 주변을 정리한 뒤 카페를 떠났습니다. 난 여전히 행복한 기운이 내 몸에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 책을 읽고 카페를 방문한 경우는,  출판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내 책을 읽는 사람이 있구나 생각하니 노트북 책 쓰기 폴더에 남아있는 원고가 생각났습니다. 1년 전부터 준비한 원고인데 응모 전에 출품했다가 한번 떨어진 후로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었습니다. 한번 실패를 겪고 나니 내 원고를 거들떠보기도 싫어졌습니다. 다시 들쳐 본다는 것은 과거의 상처를 헤집고 더욱 아프게 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출판사에 투고해 보자

그런데 오늘 독자를 만난 후 조금의 희망의 불씨가 마음속에 타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 다시 한번 도전해 보자.' '응모에 실패했다고 내 원고가 별 볼 일 없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내 원고에 관심을 가져주는 출판사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일말의 희망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블로그 글로 다시 한번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단순히 응모에 떨어졌다는 사실 때문에 그간 원고를 묻어두고 있었다고 하기보다는, 응모전이 핑계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내 글에 대한 자신이 없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나의 성격과 관련도 있을 것 같습니다. 원고를 묻어 두었다고 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또 다른 재미있는 일들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영상 만드는 일과 블로그에 빠져있습니다. 잠시도 심심함을 견디지 못하는 나는 어느새 새로운 분야에 왕성한 호기심을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 시작된 재미를 조금 잠재우고 다시 원고를 살펴 교정하는 지루한 작업을 할 수 있을지가 더 큰 문제입니다.

이런 사실을 두고 보면, 내 인생에서 배우지 못한 것은, 한 가지는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격이 그런 걸 어쩔 수 없습니다. 그냥 이것저것 재미있는 일에 빠져 사는 것이 특정한 성과보다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니 말입니다. 하기야 한 분야에 큰 성공을 이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성취의 기쁨을 모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 그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큰 성취를 이루지 못한 핑계로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사소한 재미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노트북 깊은 곳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폴더를 열어 원고를 꺼내는 일부터 시작할 계획입니다. 그곳은 어둑 컴컴하고 실패와 상처가 이곳저곳에 덕지덕지 붙어있고, 음침함과 두려움 기운이 가득한 곳입니다. 난 동화속 왕자처럼 백마를 타고 어둠을 쫓아내는 빛을 발하며 원고를 구해내야 합니다.

그냥 이렇게 멋지게 묘사해야 힘이 나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여기까지 블로그 글은 써놓고 바로 원고를 꺼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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